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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 해안누리 국토대장정] ⑤ 남해 바래길 월포·두곡 ~ 사촌 해수욕장

작성일 : 2013.07.18 조회수 : 1,045

신문사 : 부산일보




▲ S&T그룹 해안누리 국토대장정 종주단원과 가족 참가자들이 파란 바다를 배경으로 녹음이 짙은 남해바래길을 걸어가고 있다. 남해바래길은 남해 사람들이 갯가로 먹을 것을 구하러 다니던 옛길로 이 고장 사람들의 근면성과 끈기를 배울 수 있는 길이다. 김병집 기자 bjk@



모난 돌들은 없었다. 하나같이 둥글둥글한 놈들뿐이었다. 남해바래길을 걸었다. 파도는 이미 바람이 저만치 지나갔는 데도 분이 안 풀린 듯 거세게 해안을 향해 몰아쳤다. 새벽에 내린 빗물이 바다와 만나 물거품은 군데군데 황톳색을 띠었다. '잘그락잘그락' 금속성 소리를 내며 자갈들은 서로 몸을 비벼댔다. 이미 수많은 세월 부대끼고 뒤섞여 살면서 많이 부드러웠지만, 더 온화해지기를 멈추지 않았다. 작은 모서리라 하나라도 더 깎아내기 위해서 몸을 굴렸다. 해안누리 국토대장정 다섯 번째 길. 남해바래길 월포·두곡 해수욕장~사촌해수욕장 15.18㎞를 걸으며 소통과 화합에 대해 생각했다.


■ 폭염주의보

 

새벽 5시에 출발한다고 했다. 부산에서 남해까지 자동차로 2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여서 출발을 앞당긴다고 했다. 새벽 소나기 소리에 잠이 깼다. 예보에는 비가 오지 않는다고 했으나 하늘은 캄캄했다. 동이 트지 않을 시각이다.

도착한 남해에도 한 줄기 비가 지나갔는지 땅이 젖어 있다. 새벽녘의 바다는 하늘과 바다가 한 색깔이다. 이미 동이 텄지만, 남해 앵강만의 바다는 아직 하늘과 분리되지 않았다. 찬란한 햇살은 먹구름에 가려 산통을 겪는 중이었다.

"해가 이대로 나오지 않으면 더 좋을 텐데." 국토대장정 참가자 한 사람이 바람을 말했다. 동의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낚시·레저 취재만 다니다 보니 얼굴은 이미 거무튀튀하다. 한마디로 촌스럽다는 이야기다. 손등엔 빨간 열점이 돋아나기도 했다.

 

불길한 것은 일부 지방은 폭염주의보가 내릴 예정이라는 것이다. 월포·두곡해수욕장에서 출발했다.

 

'유리병 없는 해변 만들기'란 플래카드가 임해봉사실 앞에 걸려 있었다. 병으로 만든 음료 제품은 소주나 맥주가 대부분이다. '덕분에 해변 음주도 좀 줄어들까' 생각했다. 파도는 거칠었다. 장마철이니 비와 바람은 시시때때로 내리고 분다. 바다도 이 참에 앙탈을 부려 보는 것이다.

 

파도가 칠 때마다 물속에서 자갈돌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우르르 몰려오는 파도, 쏴아~ 밀려가는 파도에도 자갈은 서로의 몸을 비볐다. 그렇게 다듬어진 돌은 거친 단면이 매끄럽게 갈려 동글동글해졌다. 몽돌이다. 몽돌은 이곳 남해 해안의 또 하나의 명물이었다.


■ 돈을 준다해도

 

한여름 땡볕에서 사십 리 길을 걸어야 한다. 쉬운 일도 아니고, 누가 시켜서도 될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250명이 참가한다고 했다. S&T모티브 홍보실에 있는 홍성진 차장이 말했다. "사실 저희들은 안전사고도 우려되고 해서 국토대장정 단원들만 가고 싶었죠.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이런 소식을 전해 들은 가족대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뭐냐. 사원들, 아니 종주단원들만 가면 1회부터 참가한 우리들은 어쩌란 말이냐'라는 항의성 여론이 사내에 폭염처럼 밀려들었단다.

 

최종 결정을 한 것은 최평규 회장. 최 회장의 "가족들과 함께하기로 한 처음의 취지를 계속 살려 나갑시다"란 말로 모든 것은 정리가 되었다.

 

그 대신 준비팀은 마감 시간을 엄격하게 정해 참가자를 줄이려는 귀여운 '꼼수'를 썼다. 그래도 열혈 가족대원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S&T모티브 윤치호 사원의 아내 박미정(48·부산 금정구 청룡동) 씨도 그 열혈 가족대원의 한 사람이다. 해안누리 국토대장정 마니아가 돼버린 박 씨는 물도 주고 소금도 주고, 오이도 주고, 맛있는 점심도 주는 이 좋은 행사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뿐 아니다. 친구들에게도 홍보를 해서 이번에도 마을 친구 4명이 함께 왔다. 오긴 같이 왔으나 걷는 것은 각자의 몫.

 

굳이 동행을 찾을 이유도 없다. 어디에서 걷더라도 밥 먹을 때면 만나게 된다. 걷는 순간은 자유를 만끽하는 것이다.

모티브 파트장 최현준 씨도 최근 집안 모임에서 손위 처남에게 행사를 소개한 인연으로 같이 왔다. 좋은 일은 널리 퍼지게 돼 있는가 보다.

 

남해와 인접한 하동 화개장터가 고향인 최 씨는 같이 길을 걷는 이들에게 자연 해설을 하고 있다. "이것이 토란이고, 저건 고구마지요." 도시에서 자란 아낙들은 "토란을 먹어 보긴 했는데 직접 보기는 처음이네" 하며 즐거워했다. 이 뙤약볕 아래에서 돈을 준다 해도 못 걷는다. 자발적인 참여 의지가 이를 가능하게 한다.


■ 이것이 보약

 

아무래도 국토대장정은 S&T 여러 계열사 중에서도 주최사인 모티브의 식구들이 제일 열성이다. 김택권 사장은 이번에도 종횡무진이다. 앞에서 이끌고 뒤에서 격려한다. 


홍현해라우지마을을 지나 가천다랭이마을로 가는 길은 발 아래가 바다라서 길이 사뭇 험하다. 김병집 기자


바다와 접한 벼랑에 난 바래길을 한참 걸었다. 한 사람만 지나가게 돼 있는 좁은 길이다. 사색에 잠기기 좋은 길이었다. 꼬불꼬불 숲길을 지나니 가천 다랭이마을이 보인다. 바다가 잘 보이는 곳에 정자가 생겼다. 암수바위가 있는 곳에서 긴 휴식을 했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도랑에는 맑은 물이 넘쳤다. 더위에 지친 대원들은 등산화를 훌렁 벗어던지고 탁족을 했다.



험한 길을 빠져나와 가천다랭이마을이 보이자 S&T 국토대장정 참가자들이 환성을 지르고 있다. 김병집 기자


아침의 바람과 달리 햇볕은 더 강렬해졌다. 가천다랭이마을을 지나 향촌전망대까지는 아스팔트 길. 고단한 길을 추적추적 걷고 있는데 무전 소리가 들렸다.

 

"가족 분들은 차량에 탑승하겠습니다. 잠시 기다리시면 버스가 점심 식사 장소까지 모시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노란색 운동화를 갖춰 엄마 아빠와 걷던 아이는 보이지 않는다. 더위에 지친 몇몇이 차량에 탔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이번에도 최평규 회장이 지시를 내렸다. "이대로 무리하면 사고 위험이 있으니 가족들은 차로 모십시다"라고. 하긴 중간중간 건네받은 얼음물을 수시로 목에 들이부어도 더위가 가시지 않았다. 딱 알맞은 시기에 내려진 결정이었다. 그래도 종주단원들과 계속 걷기를 원하는 가족대원들은 남은 4㎞ 구간을 걸어가기로 했다.

 

자발적으로 가기로 했는데 34명의 종주단원에다 그 정도의 가족대원들이 참여했다.

 

옥성호 종주단원은 이 코스를 마련하기 위해 사전답사를 왔는데 마을 주민들과 풀베기도 하며 길을 미리 단장했단다. 같이 걷던 김희락 파트장이 흑하수오를 건네기에 냉큼 받아 마셨다. 알고 보니 담금주였다. 보약이라고 했지만, 이미 걸어오며 흘린 땀이 내 몸에 보약이었다. 다들 보약을 먹어 좋았던 건지 사촌해수욕장 솔숲의 점심 자리에서는 즐거운 기운이 펑펑 샘솟았다.

 

신문사 : 부산일보   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